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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8.
숨겨진 물결
Description
<Doohee kim, 숨겨진 물결, Cyanotype of pendrawing, 162x112cm, 2023 >

#숨겨진 물결 (Sound track)SAZA
00:00 / 04:00
< 숨겨진 물결 >
작품설명
그는 이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좀비가 되었지만, 여전히 결벽증으로 인한 습관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몸에 묻은 더러움을 없애려는 본능에 따라 목욕탕을 발견한 순간부터 그는 미친 듯이 씻기 시작했다. 몸 위로 흘러내리는 물방울은 다시 깨끗하고 새하얀 증기가 되어 피부 위로 올라왔다. 피로와 불안을 씻겨낸 물결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박자를 만들어내고 증기와 물결이 박자에 맞추어 요동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양이는 문득, 주인이 감정을 잃은 채로도 목욕에 집착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싶어졌다. 물이 그의 몸에 닿을 때, 죽은 살에도 느낌이 전해지는 걸까.
건조하고 메말라 있던 피부는 물을 머금으며 점점 제 모양새를 찾아 살아나더니 며칠이 더 지나자 새싹이 돋아났다. 죽은 몸에서 새로운 생명력이 솟아오르는 것을 지켜보며, 고양이는 어쩌면 그가 물속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제서야 비로소 완전하게 목욕을 즐길 수 있게 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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